[출판] 포스트휴먼 사회와 새로운 규범(포스트휴먼사이언스5)
- posthuman hi
- 2020년 12월 1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3월 8일

출판 아카넷, 2019년 10월 31일 출간 저자 한국포스트휴먼연구소 한국포스트휴먼학회 백종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
박신화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박충식 유원(U1)대학교 스마트IT학과 교수
손화철 한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시리즈 포스트휴먼사이언스 5 |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사회의 규범 3
출판사 서평 포스트휴먼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정책적 공백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회 구조의 재편성에 대비한 새로운 윤리규범과 정책제안
포스트휴먼(posthuman)은 현재의 인류와는 다른 새로운 인류를 의미한다. 인간과 유사하게 사고하는 지능 기계들이 출현하고 인간과 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기존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들이 가능해지면서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 인간을 정의하고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존재의 조건을 인식하는 노력이 여러 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어 인공지능 기술 및 생명의료 기술의 질적 융합이 본격화하면 인간 사회의 질서는 근본적으로 재편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의 규범과 사고방식에 균열을 초래하고 정책적 공백이 예상되는 이러한 포스트휴먼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정책적 공백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책은 오늘날 인류 문명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기술의 변화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여 이를 타개할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4부에서 제시된 두 가지 정책 제안은 실제 정책에 반영 가능한 구체적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첫 번째 정책 제안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영향평가」(인공지능 영향평가)는 인공지능을 사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정적인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제품과 서비스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도록 견인하기 위한 것이다.
인공지능 영향평가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건설이나 건축 사업 시에 의무화한 현행의 제도인 환경영향평가를 모델로 삼는다. 환경영향평가가 개별 사업이 초래하는 물리적 영향을 주로 평가하는 반면, 인공지능 영향평가는 사회적 영향평가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따라서 이 제안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자들에게 사회적·윤리적·환경적 기준을 제시하고 다소 추상적으로 논의되는 인공지능 사안과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 구체적 해석의 가능성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2004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의 재정과 개정 방향을 살피는 두 번째 정책 제안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의 해당 법규범에서 인간 복제, 이종 간 수정 및 착상, 배아의 생성·보존·폐기, 유전자 치료 및 검사에 관한 내용을 비교 검토하여 현행 한국의 법규가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를 가늠하게 돕고 각 규제·규범들의 타당성 또는 적설성의 평가에 접근하는 시론(試論) 차원의 논의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포스트휴먼 사회에 대비하여 사회적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포스트휴먼사이언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자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사회의 규범’이라는 인문국책사업의 2년차 연구 성과물 세 권의 완결편이기도 하다. 각 글의 핵심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1장
포스트휴먼 시대에 제기되는 문제를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간 존엄성의 제고(提高)라는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한다. 백종현은 인류와 유사인종이 공존하되 인류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더욱 고양시킬 것인가 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휴머니즘’에 주목한다. 포스트휴먼 사회가 ‘탈인간 사회’가 아닌 ‘진보한 인간 사회’가 되기 위한 숙고와 실천의 과제들을 일곱 가지로 제시한다.
2장
극단적으로 나아가는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본질적 성격과 문제점을 고찰함으로써 능력증강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박찬국은 정신과 신체의 분리, 과학주의에의 경도, 인간 정신의 풍요로움 간과 등을 트랜스휴머니즘의 문제로 지적하면서 기술 개발의 일반적 원칙을 제시한다. 즉 능력증강 기술은 인간의 조건 안에서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장
박충식은 인공지능과 인간들의 공존에 기여하는 방법으로서 ‘소셜 머신’의 기술을 발전적으로 검토한다. 본래 ‘소셜 머신’은 인간들 사이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정보기술 플랫폼을 일컫는데 자율적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전제하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발전된 형태의 ‘소셜 머신 2.0’을 상정할 수 있다.
4장
하대청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기술 발전과 맞물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상상을 분석하면서 기술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와 윤리를 모색한다. 대중의 문화적 상상으로 빚어낸 신기술의 ‘자율성’은 보이지 않는 인간의 노동과 복잡한 물질적 장치에 매개된 허구임을 지적하고 이것이 은폐하는 ‘의존성’의 가치에 재고를 주문한다. ‘휠체어 탄 인공지능’은 의존성을 긍정하고 연약성 사이의 연대를 촉진하여 주변화된 존재들에 공감하고 실천적으로 응답하는 바람직한 기술상으로 제시된다.
5장
인간배아의 도덕적 지위 문제는 의생명 과학기술의 진보와 함께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배아 연구는 다방면의 의료에 활용 가능하여 의생명 과학기술에서 주목을 받는 분야이지만 생명을 인위적으로 제조·변형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인간 존재와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박신화는 배아의 지위에 대한 기존 견해들의 한계를 꼼꼼히 검토하는 가운데 포스트휴먼 시대의 윤리 문제에 접근하는 근본 관점을 모색한다.
6장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문제는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만큼, 인간됨 자체를 되묻는 포스트휴먼에 관한 논의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 손화철은 국가 주도, 전문가 중심,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이전 시대 과학기술 거버넌스로는 이러한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한국 사회의 과학기술 맥락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새롭게 해석하여 좋은 세상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 경제중심주의와 전문가주의로부터의 탈피,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거버넌스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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